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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정상인데 계속 아픈 허리, 만성 요통 부르는 '디스크내장증'일 수도


지속적인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막상 검사를 해보면 "다행히 디스크가 튀어나오진 않았습니다"라며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큰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휴식을 취해도 허리 깊은 곳의 묵직한 통증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는데, 왜 계속 아픈 걸까?

만약 낫지 않는 만성 요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디스크내장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질환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디스크 '내부'가 병들어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결코 쉽지 않다. 단순한 요통으로 오해해 방치하기 쉬운 디스크내장증의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정형외과 조원민 교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튀어나오지 않은 디스크, 통증의 진짜 원인은 '내부 염증'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와 디스크 내장증은 그 원인과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양상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조원민 교수는 "일반적인 허리디스크는 디스크가 밖으로 튀어나와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을 누르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고 찌릿한 방사통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디스크내장증은 디스크가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질긴 막인 섬유륜의 내부 구조가 찢어지고 파열되면서 발생한 '염증'이 통증의 주된 원인이 된다. 디스크가 겉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겪는 종아리나 발끝까지 내려가는 강한 좌골신경통이나 신경학적 마비 증상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그 대신 허리 정중앙 부위에 묵직하고 깊은 통증(축성 요통)이 발생하며, 내부에 생긴 염증 물질이 주변을 자극해 엉덩이나 허벅지 쪽으로 뻐근함이 퍼져나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자세 바꿀 때 심해지는 통증, 단순 근육통과 달라
허리가 뻐근할 때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은 단순한 근육 뭉침이다. 하지만 근육통과 디스크 내장증은 일상생활 속 특정 행동을 할 때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단순 근육통은 주로 등과 허리의 피부 쪽 얕은 근육이 뻐근하게 느껴지며, 며칠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면 비교적 단기간에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스크내장증은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의 변화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조원민 교수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때, 세수를 하려고 몸을 앞으로 숙일 때, 심지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여 복압이 상승할 때 허리 깊은 곳에서 무거운 통증이 심해진다면 디스크내장증을 강하게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 몸은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거나 상체를 앞으로 숙일 때 척추 디스크에 가해지는 하중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볍게 걷거나 허리를 뒤로 젖혀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면 오히려 통증이 감소하는 것도 디스크내장증을 감별하는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정확한 진단 위해 MRI 검사·통증 양상 확인해야
디스크내장증은 진단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세심한 판단이 요구된다. 환자가 요통을 호소하여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진행해 보면, 디스크 겉면이 미세하게 찢어지고 염증이 발생한 부위가 하얗게 빛나는 '고강도 신호 부위(HIZ)'를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 검사 결과만으로 성급히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조원민 교수는 "MRI에서 하얗게 빛나는 부위가 관찰된다 하더라도, 이는 평소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도 흔히 발견되는 소견이므로 무조건 통증의 원인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의료진은 영상 결과와 함께 환자가 허리를 숙이거나 앉을 때 통증이 악화되는지 등 실제 임상 증상을 반드시 교차 확인해야 한다.

특히 MRI 상에서 디스크 위아래에 위치한 척추뼈 속까지 염증과 부종이 번져 나타나는 '모딕 변화(Modic changes) 1형' 소견이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 부위와 정확히 일치한다면, 이는 단순한 퇴행성 노화가 아니라 현재 통증을 유발하는 활발한 염증 단계임을 뜻하므로 진단에 매우 유용한 지표가 된다.

정확한 통증 유발점을 찾기 위해 디스크 내부에 직접 얇은 바늘을 찔러 조영제를 주입하는 '추간판조영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조영제가 들어가며 압력이 높아질 때 평소 환자가 느끼던 통증이 그대로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원인 디스크를 찾아내는 정확도는 매우 높다. 그러나 최근에 검사를 위해 바늘을 찌르는 물리적 자극 자체가 멀쩡했던 디스크의 퇴행을 오히려 앞당기거나, 장기적으로 디스크가 튀어나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며, 활용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조 교수는 "최근에는 단순히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조영술을 시행하지 않으며, 수술이 불가피하게 결정된 상태에서 여러 디스크 중 어느 것이 진짜 원인인지 최종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극소수의 환자에게만 매우 제한적으로 조심스럽게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존적 시술은 단기적 효과, 장기적 효용성 따져야
디스크 내부의 염증이 원인인 만큼, 치료에 있어서도 그 한계와 효과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뼈주사'라고 불리는 신경차단술은 척추 질환의 대표적인 보존적 치료법이다. 하지만 조원민 교수는 "신경차단술은 본래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물리적으로 누를 때 발생하는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특화된 치료"라며, "주사액이 질긴 디스크 막을 뚫고 중심부까지 들어가 찢어진 파열 부위를 직접 아물게 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신경차단술이 쓰이는 이유는 근본적인 회복을 위한 '통증 제어'를 위해서다. 디스크가 파열되면 주변 척추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큰 통증을 뇌로 전달하게 된다. 이때 주사 치료를 통해 과민해진 신경 반응을 진정시켜 주면, 단기간 혹은 중기적으로 통증이라는 스위치를 잠시 꺼주는 보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완치 개념이 아니므로 주사 치료 후 통증이 줄어든 시기에 올바른 운동과 생활 습관 교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열을 이용해 통증을 유발하는 미세 신경을 태우는 고주파 열 치료술에 대해서도 전문의들은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열을 가해 조직을 수축시키면 단기적으로 심한 요통을 줄이는 데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척추 내부 조직에 높은 열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디스크 내부의 필수적인 수분까지 함께 말라버리는 탈수 손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척추의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의 노화와 퇴행을 오히려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명확히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만한 장기적인 인체 연구 데이터가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시술을 결정할 때는 장기적인 임상 효용성 측면에서 득과 실을 매우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수술은 마지막 선택지, 척추 세우는 평지 걷기 권장
그렇다면 디스크내장증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술일까?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등의 마비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 '순수 축성 요통' 환자라면 단순히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조원민 교수는 "약물 복용, 주사 치료, 재활 운동 등 가능한 모든 비수술적 치료를 최소 6개월 이상 충분히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을 전혀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지속될 때만 척추유합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마지막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디스크내장증은 손상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뼈를 고정하는 유합술을 시행한 후에도 원인 모를 만성 통증이 남는 경우가 임상적으로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수술은 다른 보존적 방법이 모두 실패한 소수의 환자에게만 극히 보수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결국 디스크내장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허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의 철저한 관리와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운동이 필수적이다. 근육을 키우겠다며 체육관에서 흔히 하는 고중량 운동은 오히려 척추 건강을 해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벨을 어깨에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데드리프트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운동들은 무거운 중량이 척추를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짓누르는 데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이 더해져 디스크에 막대한 압박을 가한다. 조 교수는 "이미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약해진 디스크의 상처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어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디스크내장증 환자에게 가장 권장되는 운동은 척추의 모양을 중립 상태로 꼿꼿하게 세운 채로 버티는 등척성 코어 운동이다. 대표적으로 바른 자세의 플랭크 운동이 있다. 또한 척추에 체중이 실리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평지 걷기도 탁월한 선택이다. 조 교수는 "체중의 직접적인 압박을 물의 부력으로 줄여주는 수중 걷기를 특히 추천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요추로 향하는 기계적인 스트레스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고관절과 요추 주변 코어 근육의 안정성을 함께 높이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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